4시쯤 네르하를 출발해 5시 조금넘어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미리 뽑아간 호텔의 지도보면서 근처를 몇바퀴 돌아도 찾을수가 없었다. 좁고 복잡한 그라나다의 길은 대부분 일방통해이었고 잠깐 차를 세울수도 없어서 계속 맴맴 돌기를 반복. 결국 큰길로 나와 왠 분수 옆에다 잠시 차를 대고 걸어서 호텔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모험의 시작.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원래 길을 잘 물어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아무데나 세워둔 자동차가 마음에 걸려 지나가는 로컬 아주머니에게 지도와 호텔 주소를 보여주며 길을 물었다.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여긴가 저긴가 10분이 넘도록 계속 고민하는 아주머니. 그냥 내가 찾아가겠다고 하고 싶어도 워낙 친절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차마 뿌리치고 나오지도 못하겠었음. 결국 그냥 저쪽 일것 같다고만 하더라. 그정도는 나도 알겠음.
결국 헤메다가 찾기는 했는데 차로 다녔으면 절대 못찾을뻔 한게 지도에 적힌 길은 사람만 다닐수 있는 길이었음. 그것도 아주 깊숙히있는 좁은길. 문 앞에 서서 보니 철문에 초인종 하나 있고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혹시 저녁이라 퇴근했나 하는 불안한 생각 잠깐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리셉션 데스크는 Rosario 길에 있다는 안내문 하나. 솔직히 여기서 지금 내차 까지 찾아갈수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겠는데 저 주소만보고 또 어디론가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다행히 아파트에서 왠 할아버지가 나오더니 자기도 어제 입주했는데 똑같이 고생했다면서 친절하게 리셉션까지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영어수준이 딱 내수준인 직원과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한 결과, 주차는 어쩌구 호텔에 대야한다고 거기 주소를 적어줬다. 이제 남은 미션은 차있는 곳 까지 가서 차를 타고, 어쩌구 호텔에 도착해 주차를 한뒤, 다시 아까 겨우 찾은 아파트를 찾아가는일. 그정도로 무슨 엄살이냐 싶겠지만 길눈 어두운 나에게는 눈앞이 깜깜한 일이었음. 호텔까지 차로 가는 길을 알려주면서도 차량 출입금지라고 씌여 있지만 무시하고 들어가라는둥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루트였고.
결국 고생고생끝에 도착한 그라나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아파트. 내부는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
발코니도 있다. 앞 건물과의 거리가 얼마나 좁은 길임을 알려주는 대목. 여길 끝가지 차몰고 다니며 찾으려 했었다면 낭패.
짐을풀고 알바이신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저 멀리 조명이 비추는 알람브라 궁전이 보임.
내일은 드디어 알람브라궁전으로. 사실 네르하를 거쳐 여기 남쪽까지 내려온 이유는 그라나다 때문이고, 그라나다에 온 이유는 알람브라 궁전때문이니 결국 내일이 하이라이트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 콩닥콩닥.
어제밤엔 급한마음에 후다닥 올라가서 잘 못봤었는데 아침에 나가는 길에 보니 여기에도 안달루시아 지방 건물의 특징인 파티오가 있었음.
첫날 고생한 뒤로 그라나다에서 운전은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알람브라 궁전에 도착. 난 서울 버스 운전기사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그 좁디 좁은 길을 건물들을 스치듯이 지나치며 쌩쌩 달리는 그라나다 시내 버스 운전사에 비하면 댈것도 아니심.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의 상징이자 이슬람 문화의 최고 걸작. 1238년 기독교인들에게 쫓겨 그라나다로 와서 최후의 이슬람 왕국을 세운 후 22명의 왕들에 의해 부분별로 완성된 이슬람 왕국의 궁전이다. 1492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이곳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면서 카톨릭군의 레콘키스타(국토 회복 운동)도 마지막을 고하게 되었다. 알람브라는 아라비아어로 ‘붉은 성’ 이라는 뜻인데, 이는 성곽에 사용한 석벽이 다량의 붉은 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라브라 궁전을 크게 4개의 지역으로 나뉘는데 왕궁을 비롯해 카를로스 5세의 궁전, 성채, 헤네랄리페정원 등이다.
일단 왕궁부터. 왕궁은 30분 간격으로 티켓에 적힌 시간에 입장 가능.
왕궁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중. 이미 감동.
아라야네스 정원.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모르겠다. 세로로 한바퀴 돌려도 똑같이 보일 연못에 반사된 코마레스 탑.
라이언궁은 중앙에 12개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분수가 있고 그 주위를 142개의 대리석 기둥이 있는 회랑이 둘러싸고 있다. 사자의 분수는 유리관속에서 사람들이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사자들은 다 어디가고 분수만 남아있었음.
알람브라궁전의 왕궁은 광각으로 보는 건축물들의 형태보다 매크로로 보는 세밀한 작은 부분들이 더 놀랍다.
중앙에 같은 모양의 흰 대리석 두장이 있어서 두자매의 방으로 불리는 곳의 천장장식. 어떻게 저런 장식을 했을까. 문득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과거의 탄탄한 건축물과 오늘날 싸구려 엉터리 건축물의 차이가 충격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중략).. 이러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경박한 접근, 시간과 돈을 똑같이 보는 사고 때문이다.”
저 천장장식을 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시간동안 사람들의 감탄을 받고 있는것은 분명할듯.
전망도 좋다. 그라나다 시내의 알바이신 지구.
똑똑 쪼개먹는 초코렛처럼 생긴벽의 카를로스 5세궁전. 음향효과가 좋아 연주회장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밖에서 보면 얘혼자 르네상스 양식이라 이슬람 양식의 알람블라와 잘 안어울림. 하지만 내부는 역시 멋지심
알람브라를 떠나기전에 마지막으로 올라간 성채 (Alcazaba). 9세기경에 세워진 알카자바는 알람브라의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 당시에는 24개의 탑 위에서 그라나다를 전부 볼 수 있어서 ‘구름 위의 수호신’ 이라고 불렸단다.
알람브라를 나와서 버스를 타고 차로 돌아가는길. 스펀지밥 그래비티에 교복입은 아이들, 그리고 꽉꽉막히는 차. 갑자기 현시대로 돌아온 느낌.
다시 차를 타고 발렌시아를 거처 바르셀로나로 출발. 바이바이 그라나다.
이동거리: Nerja - Granada 100 km / 1시간 30분
숙소: Arte Vida Suites , Laurel de San Matias, 8, Granada , 18009,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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