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경을 넘었다.
직접 운전해서 넘는 국경은 처음인지라 나름 기대 했었는데 이건 뭐 경기도에서 서울 들어 가는 것 처럼 ‘여기서부터 프랑스’ 라는 식으로 슬쩍 넘어가 버렸다. 조금 더 가니 검문소가 나오긴 했는데 역시 그냥 패스. 그래도 다른 차들은 세워서 트렁크 열어 검사하긴 하던데 내 차는 그냥 가라고 손짓. 아마 리스 번호판 (색깔이 다르다)이 붙어있어서 관광객인줄 알았을 수도 있겠다.
피게레스에서 오후 느즈막히 출발했지만, 내일까지 르와르지방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툴루즈지나서 몽또방 근처까지 올라갔다.
중간에 들른곳은 카르카손. 나에게는 동명의 보드게임때문에 익숙한 이름이다. 타일을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내려놓으며 성을 쌓는 게임인데 카르카손에 도착해보니 왜 그런게임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만했다.
프랑스 16개도시가 소개되어 있는 한국어 여행책에는 카르카손이 없다. 내일들를 예정인 로카마도르도 없고. 결국 현지에서 지도나 정보를 구할 요량으로 일단 카르카손 중심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
카르카손 시내로 들어서니 좁은 일방통행에 앞에서 누가 헤매고 있는지 차가 꽉 막혀있다. 그 때 보이는 우측의 관광안내소. 후다닥 들어가 성이 어느쪽에 있는지도 듣고 지도도 챙겨나왔다. 세이프.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오니 (그래봐야 손바닥만하다) 산등성이에 마치 거대한 영화 세트같은 성곽이 보였다. 그래. 공주님 살고 있는 노이슈반스타인 같은 성 말고, 투석기들이 돌덩이들을 날리고 끓는물을 부어대는 반지의 제왕에 나온 듯한 바로 이런 성을 보고 싶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부로 잠입시도. 이때 시간이 오후 4시30분인데 돈내고 들어가는 성 안쪽은 시간이 늦었다고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차라리 잘됬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구경. 성안 이라고 해도 워낙 커서 작은 마을수준이다.
즐거운 관광객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업. 그리고 이런말 하면 스페인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프랑스 국경을 넘어오니 왠지 모를 좀 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성 안쪽의 그림같은 풍경들
성벽에서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녁시간이 되어 한가해져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게되자 정말 지금이 2009년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 자동차가 아니라 말타고 돌아가야 할것 같다. 한가하게 성곽을 걸어다니다 배가 고파서 저녁먹고 카르카손을 나오는 길에 본 야경은 아주 살짝 더 환상적.
관광안내지에는 카르카손이 멀리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나도 그 위치에서 성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고도표시가 없는 관광지도를 보고 찾는것을 포기했다. 가는길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아래 사진은 지도를 보고 ‘여기쯤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 대충 가봤던 곳인데 성보다 낮은 곳이었음.
숙소는 몽또방에서 좀 떨어진 외진곳에 잡았는데, 이유는 몽또방근처에 적당한 숙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 구글맵으로도 주소검색이 안되고, 네비게이션에도 입력이 안되어 홈페이지에 있는 GPS 좌표를 목적지로 설정해서 가고 있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한치 앞도 잘 안 보이는 숲길을 달리는데 목적지가 가까워져도 아무것도 나올 기미가 안보여 숙소 못찾는거 아닌가 내내 걱정하면서 달렸던 기억이 난다. 다행이 입력해뒀던 좌표에 맨션이 하나 보였고 그 맨션이 바로 예약했던 숙소. 너무나 친절했던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동거리: Figueres - Saint-Paul d'Espis 340km / 3시간 20분
숙소: Le Manoir Saint Jean, 82400 Saint-Paul d'Espi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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